티스토리 뷰


아룬다티 로이. 9월이여 오라 를 읽고


아룬다티 로이. 9월이여 오라 를 읽고 

‘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가장 앞에서 가장 날카롭다가 가장 먼저 부서져버리고 마는...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작년 방영되었던 드라마 송곳에 나오는 송곳 같은 대사이다. 작가 아룬다티 로이와 그녀의 정치평론『9월이여 오라』는 ‘송곳’ 이다. 로이와 그녀의 정치평론은 자본주의, 미국, 정의롭지 못한 세계화처럼 전 지구를 덮고 질식시키는 담요를 뚫고 나온 송곳이다. 그 송곳은 구멍을 내고 담요 아래 세상의 민낯을 보여 주었다. 가난한 자들, 작은 이들의 고통과 눈물들을.


로이는 1997년 단 하나의 소설 『작은 것들의 신』을 통해 데뷔와 동시에 맨부커 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소설을 쓸 수 없었다. 로이는 나르마다강 댐건설 현장에서 합법과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불법과 야만을 목격했다. 그녀는 추악한 현실의 목격자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부르는 이야기들의 작가가 되었다. 그녀는 아직까지 픽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녀의 말처럼 매일 아침 일어나 맞이하는 고통스럽고 깨어진 세계가 자신을 비틀어 짜듯이 논픽션을 내보내고 있다.



『9월이여 오라』는 아룬타티 로이가 쏟아낸 정치평론의 모음집이다. 총 8편의 정치 에세이가 실려 있다.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나르마다강의 댐 개발이 재개 되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로 낙인 찍힌 중동 지역의 이야기. 9·11 사태와 지치지 않는 미국이 계속해서 벌이는 광기의 전쟁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이야기가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 반은 이 사태의 원인 제공자들, 고통유발자들에 대한 글이 되겠다. 미국, 자본주의, 민주주의, 세계화, 국제기구 등에 대해 예리한 칼끝을 겨누고 있다. 그들이 얼마나 기만적이고, 교묘하고, 파괴적이며, 신경증적인지를 낱낱이 드러낸다. 결국 이 책은 이 세계에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야기이다. 피해자는 작았다. 가해자는 컸다. 가해자는 이익을 얻는 듯했다. 피해자는 생명을 위협받는 듯했다. 피해자의 메시지는 불법적이고 맹목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다. 가해자의 메시지는 늘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한 척을 했다.



로이는 양자의 진실에 대해 예리하고 섬세한 펜으로 써내려 갔다. 그녀의 정치평론은 정치의 예술화이다. “지난 10년 동안 통틀어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이었다”는 조지오웰이 그녀를 알게 되었다면 분명 감격했을 것이다. 반대로 그녀의 글은 예술의 정치화이기도하다. 예술 작품이 고유한 아우라를 상실하여 제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예술 작품이 더욱더 정치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말한 벤야민이 그녀를 보았더라고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9월이야 오라』는 거대한 자본과 권력에 의해 누군가의 삶의 자리가 w조각나 가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정치적으로 살려내었다. 예술의 옷을 입혔다. 그래서 이 글은 딱딱하지 않다. 또한 무르지도 않다. 차가운 데이터와, 따뜻한 감성이 절묘하게 뒤섞여있다.



『9월이여 오라』


그렇다고 이 책을 읽어내려가면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야기만 선명하게 남는 것은 아니다. 작가이지만 더 이상 소설을 쓰지 못하고 정치평론을 쓰고 있는 로이도 강한 잔상을 남긴다. 로이는 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까? 그녀는 현실에서 무엇을 보았던 것인가? 그녀는 작가란 추악한 현실의 목격자 이며 늘 아픈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무엇보다 현실을 정확하게 보았다. 모든 장애물들을 제거하고 현실을 읽어내려갔다. 텍스트인든 책이든 양심의 소리에 귀굴이며 일어내려간 사람들은 이 전으로 돌아 갈 수 없다.

로이는 미국인들에게서 9·11의 아픔을 가지고 나아오라고 말한다. 그 아픔을 세계화 함께 공유하자고 한다. 그리할 때 9·11이 온 세계인에게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고 한다. 그리고 이 말을 덧붙인다. "아마도 하늘에 작은 신이 있어서 우리에게 올 준비를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지금과 다른 세계는 가능할 뿐 아니라, 이미 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들 중 많은 사람은 이 여신을 맞이하기 위해 여기에 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고요한 날 주의깊이 귀기울이면 나는 그녀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 그녀는 현실의 가장 낮은 곳에서 이야기를 길어올려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종교적 영성에 까지 이르렀다.


아룬다티 로이. 9월이여 오라 를 읽고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글 보관함